낯선 집에 들어간 나는 지금은 미국에 있는 집의 여주인과 밤마다 통화를 한다. 그녀는 나에게 아주 사소한 것을 말한다. 오늘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말하며 한국이 그립다는 말을 아주 중요한 이야기인 것처럼 말한다. 나는 그 말들이 짜증나고 재미없지만, 어딘가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섣불리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한다.
불감증이라는 의사의 말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것을 고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다. 항상 혼자였던 그녀는 어쩌면 성적인 감정뿐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에 어떠한 감정도 와 닿지 않는 듯한 ‘삶불감증’에 대해 고민을 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 앞에 아주 태연하게 어떤 남자가 나타났다.
겨울날 흰눈이 소복이 쌓이기 시작하는데 아버지는 코가 다 까져서 허름해진 구두를 신고 나가신단다. 아버지께 선물을 한 새 구두는 누군가 가져갔단다. 그 구두를 찾아야 한다며 소란을 피우는 어머니와 반대로 딸이 준 귀한 구두를 대체 누구에게 빼앗겼는지 아버지는 방안에 앉아만 계실 뿐이다.